바티칸 박물관 이집트관 후기, 미라와 석관은 어떻게 이탈리아까지 오게 되었을까?
2026. 10. 26. 23:07ㆍ세계여행/시니어세계일주
바티칸 박물관 회화관, 라파엘로와 르네상스 거장들의 그림을 만나다
바티칸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조각상과 고대 유물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곳이 회화관이었다. 바티칸 박물관이라고 하면 흔히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나 라파엘로의 유명한 벽화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별도로 마련된 회화관에도 서양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회화관의 정식 명칭은 피나코테카 바티카나(Pinacoteca Vaticana)다. 이곳에는 중세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대의 회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종교화가 중심이지만 단순히 성경 속 이야기를 그린 그림이라고만 생각하면 놓치는 것이 많다. 그림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신앙과 생활, 예술가들의 표현 방식, 그리고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미술의 흐름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술 작품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화가의 이름이나 그림의 의미를 모두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여행을 다니면서 오래된 건축물이나 유적을 직접 보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유명한 그림을 실제로 마주하는 일도 여행의 중요한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다.

바티칸 회화관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화가 가운데 한 명은 라파엘로다.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꼽힌다.
라파엘로의 작품 중에는 '그리스도의 변모'와 '폴리뇨의 성모'가 있다. 두 작품 모두 종교적 주제를 담고 있지만 그림을 구성하는 방식과 분위기는 서로 다르다.
'그리스도의 변모'는 위쪽과 아래쪽의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위쪽에는 빛에 둘러싸인 예수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고, 아래쪽에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혼란스러운 상황이 나타난다. 한 화면 안에 천상의 세계와 인간 세계를 함께 담아낸 것이다. 인물의 자세와 표정, 빛의 표현을 자세히 살펴보면 라파엘로가 얼마나 많은 요소를 치밀하게 구성했는지 알 수 있다.
'폴리뇨의 성모'에서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화면 위쪽에 자리하고, 아래쪽에는 여러 성인과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위쪽의 신성한 세계와 아래쪽의 현실 세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을 준다.
라파엘로의 작품을 보다 보면 종교화가 단순히 신앙의 대상을 그린 그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물의 배치와 표정, 색채와 공간을 이용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하나의 예술 작품인 것이다.

라파엘로의 대표작 가운데 '아테네 학당'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이 작품은 회화관의 독립된 그림이 아니라 바티칸의 라파엘로의 방에 그려진 벽화다. 회화관과 라파엘로의 방을 구분해서 알아두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테네 학당'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와 학자들이 등장한다. 인물들은 웅장한 건축물 안에서 토론하거나 생각에 잠겨 있다. 화면 중앙에 배치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각각 위와 앞을 가리키는 서로 다른 손동작으로 철학적 관점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인물이 많음에도 화면이 어지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대한 건축물의 원근감과 인물들의 배치가 정교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완성된 공간을 만들어낸다.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인간의 이성과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대다. 라파엘로는 종교적인 그림뿐 아니라 고대 철학자들을 그린 작품을 통해 그러한 시대정신을 표현했다.
바티칸의 미술 작품을 관람할 때 이런 배경을 조금이라도 알고 보면 단순히 유명한 그림을 구경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바티칸 회화관에는 라파엘로 이외에도 여러 유명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눈여겨볼 작품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미완성작 '광야의 성 히에로니무스'가 있다. 완성된 그림처럼 화려한 색채와 세밀한 묘사를 갖춘 작품은 아니지만, 인물의 자세와 신체 표현에서 레오나르도 특유의 관찰력과 탐구심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카라바조의 '그리스도의 매장'도 중요한 작품이다. 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이용해 인물의 감정과 장면의 긴장감을 표현한 화가로 유명하다. 그의 그림은 라파엘로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균형과 조화와는 또 다른 인상을 준다.
이처럼 회화관에서는 시대와 화가에 따라 달라지는 표현 방식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어떤 그림은 인물과 공간이 균형 있게 배치되어 안정적인 느낌을 주고, 어떤 그림은 강렬한 빛과 어둠으로 보는 사람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지 않더라도 여러 작품을 차례로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림을 이해하는 즐거움은 반드시 미술사 지식을 많이 알고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바티칸 박물관은 소장품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모든 작품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쉽지 않다. 유명한 작품을 찾아다니다 보면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기 바쁘고,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르기도 어렵다.
그래서 방문하기 전에 관심 있는 화가나 작품 몇 점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라파엘로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회화관에 있는 그림과 라파엘로의 방에 있는 벽화를 구분해서 살펴보면 좋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은 시스티나 성당에서 만날 수 있으므로 이 역시 별도로 기억해 두면 관람 동선을 이해하기 쉽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유명한 작품을 모두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직접 눈앞에서 작품을 보고, 그 그림이 만들어진 시대와 화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수백 년 전 화가가 그린 그림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전 세계에서 찾아온 여행자들에게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놀랍다. 오늘날에는 사진으로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실제 작품을 마주하는 경험은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림의 크기와 색감, 인물의 표정과 세부적인 표현을 직접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티칸 박물관 회화관은 유명한 그림을 감상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서양 미술의 역사를 조금씩 알아가는 공간이었다. 라파엘로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카라바조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시대의 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로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바티칸 박물관을 단순히 시스티나 성당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곳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회화관에도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다. 미리 작품 몇 점을 알아보고 방문한다면 그동안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거장들의 그림을 직접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파엘로, 폴리뇨의 성모 (Madonna of Foligno)
1511~1512년경
구름 위에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있고, 아래쪽에는 세례자 요한과 성인들,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의뢰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위쪽의 신성한 세계와 아래쪽의 인간 세계를 한 화면에 담았습니다.

로마 여행에서 바티칸 박물관을 방문했다. 바티칸 박물관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라파엘로의 그림이나 미켈란젤로의 작품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종교화와 조각들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가톨릭의 중심지인 바티칸에 자리한 박물관이니만큼 성화 가운데서도 최고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관람을 시작했다.
그런데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니 예상했던 그림과 조각뿐 아니라 이집트 유물들을 모아 놓은 공간도 눈에 들어왔다. 유럽의 유명 박물관을 다니다 보면 이집트관이 있는 경우가 참 많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런던의 대영박물관에서도 이집트 문명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바티칸 박물관에도 미라와 석관, 고대 이집트의 조각과 유물들을 전시하는 이집트관이 있었다.
그런데 이집트에서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유물들이 어떻게 이렇게 멀리 떨어진 유럽의 유명 박물관에까지 와 있는 것일까?
미라와 석관을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궁금증이 생겼다.

바티칸 박물관에도 이집트관이 있다
바티칸 박물관의 이집트관은 정식으로 그레고리우스 이집트 박물관이라고 부른다. 1839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6세의 주도로 설립되었으며, 고대 이집트 문명과 이집트의 영향을 받은 로마 시대 유물들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Cite refs={["turn804770search1","turn804770search3"]}/>
박물관에 들어서면 이집트의 문자와 종교, 장례 문화에 관련된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돌에 새겨진 상형문자와 사람의 형상을 한 조각들, 관과 미라 등은 오늘날 우리가 흔히 접하는 미술 작품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미라와 석관은 눈길을 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죽음을 단순히 삶의 끝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후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 간다고 믿었기 때문에 죽은 사람의 몸을 보존하고, 영혼이 사후 세계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무덤에 함께 넣었다.
그들에게 무덤은 단순히 시신을 묻는 장소가 아니라 영원한 삶을 준비하는 공간이었던 셈이다.
미라를 만들고 관을 장식하는 데 들인 정성과 노력을 생각하면 죽음 이후의 세계를 얼마나 진지하게 믿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의 사람들이 남긴 믿음과 생활의 흔적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견뎌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이집트 유물들은 어떻게 유럽으로 건너왔을까?
그렇다면 이집트의 유물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탈리아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야기는 근대 유럽의 고고학 발굴이 활발해지기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는 이집트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로마 제국은 이집트를 정복한 뒤 이집트의 종교와 예술, 건축에 큰 관심을 보였다. 로마의 황제와 귀족들은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와 조각 등을 로마의 광장과 신전, 별장에 세워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과시하기도 했다.
오늘날 로마에서 이집트 양식의 기념물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역사와 관련이 있다. 바티칸의 이집트관에 전시된 유물 중 상당수 역시 이집트에서 직접 옮겨 온 것뿐 아니라 고대 로마에서 이집트 양식을 본떠 제작한 작품들이다.
예를 들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별장으로 유명한 티볼리의 빌라 아드리아나에서는 이집트 문화를 반영한 조각과 건축 장식이 발견되었다. 황제의 별장 안에 이집트 신을 모시는 공간을 마련하고 나일강 주변을 연상시키는 정원을 조성하는 등 이집트 문화는 로마의 상류층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그러니 바티칸의 이집트관에 있다고 해서 모든 유물이 최근 이집트에서 발굴되어 이탈리아로 옮겨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것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이탈리아에 있었고, 어떤 것은 로마의 장인들이 이집트 양식을 모방해 만든 작품이다.

19세기 유럽의 이집트 열풍
시간이 흘러 18세기와 19세기가 되자 유럽에서는 고대 이집트 문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집트의 유적을 조사하고 유물을 수집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왕실과 귀족, 부유한 수집가들은 이집트에서 가져온 유물들을 소장하기 시작했다.
고고학 발굴과 수집 활동을 통해 유럽으로 건너온 유물들은 개인 소장품이 되기도 했고, 이후 박물관에 기증되거나 판매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오늘날과 같은 문화유산 보호 기준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으며, 유물의 출처와 반출 과정에 대한 기록이 불분명한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유럽 박물관에 있는 이집트 유물이 모두 약탈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대 로마 시대에 옮겨진 유물도 있고, 합법적인 거래나 기증을 통해 들어온 것도 있으며, 발굴과 수집의 역사 속에서 복잡한 경로를 거친 유물도 있기 때문이다.
바티칸의 이집트관 역시 여러 경로를 통해 형성되었다. 교황들이 이미 로마에 있던 이집트 유물들을 모았고, 고대 로마의 유적에서 나온 작품과 개인 수집가들의 소장품 등이 더해졌다. 박물관 설립 직후인 1840~1841년에는 교황의 뜻에 따른 이집트 조사 원정도 추진되었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유럽의 여러 박물관에서 만나는 이집트 유물들은 고대 제국의 정복과 문화 교류, 근대의 탐험과 발굴, 수집과 기증 등 다양한 역사가 겹쳐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미라와 석관에 담긴 고대인의 삶과 죽음
이집트관에서 미라와 석관을 바라보면 화려한 그림이나 조각을 감상할 때와는 다른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미술 작품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솜씨에 감탄하게 하지만, 미라는 실제로 이 세상에서 살았던 사람의 육체가 오랜 세월 보존된 것이다. 수천 년 전 누군가의 몸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시신을 보존하는 과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 석관과 목관에는 여러 색깔로 그림을 그리고 글자를 새겼으며, 죽은 사람을 보호하고 사후 세계로 인도한다고 믿었던 신들의 형상도 표현했다.
이러한 장식은 단순한 꾸밈이 아니었다. 죽은 사람이 어떤 신의 보호를 받기를 바랐는지, 사후 세계를 어떻게 상상했는지를 보여 주는 종교적 표현이었다.
지금은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 안에서 관람객의 시선을 받는 유물이지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누군가의 죽음과 장례, 가족의 슬픔과 기원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유물들이 단순히 오래된 물건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만들고 사용했던 사람들의 삶이 있었고, 그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신들의 믿음과 이름을 남기고 싶어 했던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바티칸 박물관의 이집트관에는 고대 이집트의 장례 문화와 관련된 유물뿐 아니라 로마 시대 이집트 문화의 영향을 보여 주는 조각들도 전시되어 있다. 이러한 유물들을 통해 이집트 문명이 이집트 안에만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지중해 세계 곳곳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적인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을 바라보며
바티칸 박물관을 방문하기 전에는 라파엘로의 그림이나 미켈란젤로의 작품처럼 유명한 종교 예술을 감상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집트관을 둘러보면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유럽의 유명 박물관에는 왜 이렇게 이집트 유물이 많을까? 이집트에 가야 볼 수 있을 것 같은 미라와 석관, 조각들이 왜 이탈리아와 프랑스, 영국의 박물관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을까?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 고대 로마가 이집트 문화를 받아들였던 역사에서 시작해,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수집과 발굴, 기증과 거래의 역사가 쌓여 오늘날의 박물관을 만들었다.
물론 유물이 원래 있던 장소를 떠나 다른 나라의 박물관에 전시되는 것이 언제나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거리가 남는다. 문화유산은 인류 전체의 역사적 자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만들고 사용했던 사람들과 그 후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유물이 어떤 경로로 옮겨졌는지 살펴보는 일도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큼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단순히 유명하다는 이유로 어떤 장소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막상 그곳을 둘러보고 나면 예상하지 못했던 궁금증이 생기고, 그 궁금증이 또 다른 역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바티칸 박물관의 이집트관이 내게는 그런 곳이었다.
수천 년 전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유물이 고대 로마를 거치거나 근대의 수집과 발굴을 통해 이탈리아까지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진열장 안의 조각과 석관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단순히 오래된 유물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이 이동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긴 역사를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로마에는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같은 고대 유적이 있고, 판테온처럼 오랜 세월을 견뎌 온 건축물도 있다. 나는 이런 장소들을 걸으며 옛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직접 보는 것을 좋아한다.
바티칸 박물관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한 그림과 조각뿐 아니라 이집트 문명의 흔적까지 만날 수 있었다. 한곳에서 서로 다른 시대와 문명이 남긴 유산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박물관의 매력인 것 같다.
유명한 그림 앞에서 감동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미라와 석관 앞에서 '이 유물은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는 것도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바티칸 박물관은 단순히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모아 놓은 장소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인류가 만들어 온 예술과 종교, 정복과 교류, 수집과 보존의 역사가 함께 담겨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니, 여행이란 눈앞에 보이는 것을 구경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하나씩 발견해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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