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박물관 방문기, 성 베드로 성당이 문을 닫아 대신 들어간 곳
2026. 10. 25. 06:34ㆍ세계여행/시니어세계일주
로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을 꼽으라면 바티칸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바티칸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독립국이지만, 가톨릭의 중심지라는 상징성뿐 아니라 오랜 역사와 예술 작품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종교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역사적인 건축물이나 오래된 유적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한 번쯤 방문할 만한 곳이다.
나는 로마에 머무는 동안 성 베드로 대성당을 구경하려고 바티칸으로 향했다. 그런데 첫 번째 방문부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 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대성당 문도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은 입장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로마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로마를 여행했을 때도 이곳의 압도적인 규모와 화려한 내부 장식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여유롭게 성당 안을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행사가 진행 중이라니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음에 다시 찾아갔을 때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광장에서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성 베드로 대성당은 문을 열지 않았다. 첫 번째 방문 때는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왔지만, 두 번째까지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니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 대신 바티칸 박물관으로
광장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행사 때문에 한곳에 모여 있었다. 평소 성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날은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성당에 들어갈 수 없다면 바티칸 박물관이라도 구경하면 되지 않을까?
바티칸 박물관은 성 베드로 대성당과는 별도로 입장해야 하는 곳이다. 성당이 무료 입장이라고 해서 박물관까지 무료인 것은 아니다. 박물관에는 바티칸이 오랜 세월 수집하고 보존해 온 다양한 미술품과 고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사실 바티칸 박물관은 워낙 유명한 곳이라 사전에 예약해야 하고, 입장하려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방문 계획을 세웠다면 미리 입장권을 준비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날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계기가 되어 갑작스럽게 계획을 바꾸게 되었다.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상황이라면 박물관 입장 줄도 평소보다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온라인 예약을 따로 하지 않고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해 들어가 보기로 했다.
물론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박물관이 한산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성당과 박물관은 입장 절차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제 다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새로운 곳을 둘러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바티칸 박물관으로 향했다.

드디어 들어간 바티칸 박물관
박물관에 들어서자 이곳이 왜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지 조금씩 실감할 수 있었다. 바티칸 박물관은 단순히 그림 몇 점을 전시해 놓은 미술관이 아니다. 교황들이 오랜 세월 수집한 고대 조각과 회화, 태피스트리, 지도, 종교 예술품 등 다양한 유물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거대한 공간이다.
전시실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시대도 다르고 표현 방식도 다른 작품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까지, 서양 역사와 예술의 중요한 장면들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나는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작품을 보자마자 작가와 제작 연도를 줄줄이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지만 오래된 건축물이나 유적을 구경하는 것은 좋아한다. 수백 년, 때로는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물건들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특히 고대 유물들을 보고 있으면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했으며,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처럼 기계와 장비가 발달한 시대도 아닌데 정교한 조각을 만들고, 거대한 건축물을 세우고, 아름다운 장식을 남겼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바티칸 박물관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둘러보기 좋은 곳이었다.

라오콘 군상과 고대 조각의 세계
바티칸 박물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라오콘 군상이다.
라오콘 군상은 뱀에게 공격당하는 라오콘과 두 아들의 모습을 표현한 고대 조각이다. 인물들의 몸이 서로 얽혀 있고, 고통스러운 표정과 긴장된 근육이 매우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조각인데도 마치 바로 눈앞에서 격렬한 사건이 벌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체의 움직임과 표정을 이렇게 정교하게 표현했다는 것이 놀랍다.
작품에 담긴 신화의 내용을 자세히 모르더라도 조각 자체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은 충분히 전달된다. 그래서 바티칸 박물관을 방문한다면 꼭 살펴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박물관에는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치가 있는 유물뿐 아니라, 지금 보아도 감탄할 만한 예술 작품들이 가득하다.

시스티나 성당과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바티칸 박물관에서 특히 유명한 곳은 시스티나 성당이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와 제단 뒤편의 최후의 심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천장화는 성경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많은 인물과 장면이 복잡하게 어우러져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가 신이 아담에게 손을 뻗는 모습이다.
사진이나 책에서 보던 작품을 실제 공간에서 마주한다는 것은 확실히 다른 경험이다. 천장 전체를 채운 그림과 그 안에 표현된 인물들을 바라보면, 이 거대한 작업을 사람이 직접 완성했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진다.
다만 이런 유명한 장소는 방문객이 많을 수 있으므로, 조용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많은 사람과 함께 이동하면서 관람한다는 생각으로 방문하는 편이 좋겠다.
바티칸 박물관은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모든 작품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려고 하면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미리 주요 작품을 알아보고 방문하면 관람에 도움이 되겠지만, 나처럼 여행 중 발길이 닿는 곳을 둘러보는 방식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로마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
이번 바티칸 박물관 방문은 처음부터 계획했던 일정은 아니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가려고 찾아갔다가 두 번이나 문이 열리지 않아 대신 선택한 곳이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종종 생긴다. 유명한 장소라고 해서 언제나 원하는 시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행사나 종교 의식, 운영 시간 변경 등 예상하지 못한 사정 때문에 계획을 수정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여행 전체가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계획에 없던 곳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번에도 성 베드로 대성당을 구경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았지만, 덕분에 바티칸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었다. 고대 조각과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이곳이 왜 세계적인 문화유산의 보고로 불리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물론 바티칸 박물관은 워낙 규모가 커서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감상하기는 어렵다. 역사와 미술에 관한 사전 지식이 있다면 훨씬 풍부한 관람이 될 것이다. 다음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주요 작품과 전시실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찾아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 베드로 대성당도 언젠가는 다시 방문해 제대로 둘러보고 싶다.
로마는 몇 번을 방문해도 새로운 볼거리가 생기는 도시다. 유명한 명소를 빠짐없이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계획이 어긋난 덕분에 뜻밖의 장소를 만나기도 한다.
이번 바티칸 박물관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대신 바티칸이 간직해 온 오랜 역사와 예술의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여행은 꼭 계획한 대로 흘러가야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바티칸 박물관에서 만난 그리스 조각상들
바티칸 박물관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화려한 회화뿐만이 아니었다. 전시실을 돌아다니다 보면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조각상들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는데,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상당했다.

라오콘 군상, 조각이 이렇게 생생할 수 있다니!
특히 눈길을 끈 작품은 라오콘 군상이었다. 라오콘은 트로이 전쟁 당시 그리스군의 목마를 경계했던 트로이의 사제였다고 한다. 신화 속에서 라오콘과 두 아들은 거대한 뱀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조각은 바로 그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으로 볼 때도 인상적이지만 실제 작품을 바라보면 인체의 움직임과 표정이 얼마나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서로 얽힌 뱀의 형상이 어우러져 마치 눈앞에서 실제 사건이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이 제작된 시기는 대략 기원전 1세기로 추정된다. 지금으로부터 2천 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놀랍기만 하다. 기계도 없고 오늘날과 같은 제작 도구도 없던 시대에 어떻게 이렇게 섬세한 표현이 가능했을까?

고대 그리스 조각의 매력
박물관 곳곳에는 사람의 신체를 아름답고 사실적으로 표현한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인물의 자세와 근육, 옷자락의 주름까지 세밀하게 다듬은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고대인들의 예술적 감각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느끼게 된다.
나는 미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작품을 보자마자 작가나 제작 연도를 알아맞힐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오래된 유적이나 건축물을 좋아해서 여행 중 이런 곳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춘다.
수천 년 전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자신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작품으로 남기고 싶어 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들이 남긴 작품이 긴 세월을 견뎌 오늘날까지 전해진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바티칸 박물관 관람을 마치며
성 베드로 대성당에 들어가려고 바티칸을 두 번이나 찾아갔지만, 행사 때문에 끝내 문이 열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쉬웠지만 그 덕분에 계획에 없던 바티칸 박물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막상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훨씬 넓고 볼거리가 많았다. 고대 조각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까지, 서양의 역사와 예술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전시품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미리 알고 갔다면 더 풍성한 관람이 되었을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주요 작품을 조금 더 공부하고 방문하고 싶다.
로마를 여러 번 여행하다 보니 이제는 유명한 장소를 무조건 많이 보는 것보다, 눈길이 가는 곳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좋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지만, 뜻하지 않게 만난 장소가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한다.

이번에는 성 베드로 대성당 대신 바티칸 박물관에서 고대 조각의 매력을 발견했다. 다음번에는 꼭 성 베드로 대성당의 문이 열려 있기를 바라며, 아쉬움과 새로운 발견이 함께했던 바티칸 방문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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