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주 여행 - 프라하 성 북쪽 왕실정원 후기, 관광객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전망 명소

2026. 7. 24. 10:33세계여행/시니어세계일주

프라하 성 황금소로에 있는 무기고 박물관 2층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는데 시선이 한곳에 멈췄습니다. 성벽 너머 언덕 위로 잘 정돈된 정원과 우아한 건물이 보였습니다. 프라하 시내에는 오래된 건물이 워낙 많다 보니 처음에는 귀족의 저택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프라하 성과 이어지는 길이 보였고,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저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 곧바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황금소로를 나와 성 안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프라하 성 북쪽에 자리한 이곳은 바로 프라하 성의 왕실정원(Royal Garden)과 그 안에 있는 '안나 왕비의 여름궁전(Queen Anne's Summer Palace)'이었습니다. 현지에서는 레토흐라데크 크랄로브니 안니(Letohrádek královny Anny)라고 부르며, 흔히 '벨베데레(Belvedere)'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막상 가까이 가 보니 창밖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넓은 잔디와 오래된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화려하기보다 품격 있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프라하 성 안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것과 달리 이곳은 상대적으로 한적해 천천히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았습니다.

 

왕실정원의 역사는 153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합스부르크 왕가의 페르디난트 1세는 중세의 포도밭이 있던 자리에 르네상스 양식의 정원을 조성하도록 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던 정원 문화를 프라하에도 도입하고 싶어 했고, 희귀한 식물과 꽃들을 모아 왕실만을 위한 휴식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이 정원은 여러 차례 변화를 거치며 르네상스와 바로크, 영국식 정원의 요소가 함께 어우러진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습니다.

정원의 가장 중심에는 안나 왕비의 여름궁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페르디난트 1세가 사랑하는 아내 안나 야기에우워를 위해 1538년부터 건축을 시작한 별궁입니다. 그러나 안나 왕비는 열다섯 번째 아이를 출산하다 세상을 떠났고, 궁전이 완성되는 모습을 끝내 보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지은 궁전이었지만 정작 두 사람 모두 완공된 모습을 누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이 아름다운 건물에 조금은 애잔한 분위기를 더해 줍니다.

 

 

건축양식은 순수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입니다. 이탈리아 건축가 파올로 델라 스텔라(Paolo della Stella)가 설계를 맡았으며, 많은 건축학자들은 이 건물을 '이탈리아 밖에 있는 가장 순수한 르네상스 건축물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합니다. 건물 외벽을 따라 이어지는 우아한 아치형 회랑과 정교하게 조각된 부조, 균형 잡힌 비례는 화려함보다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 줍니다.

건물 앞에는 유명한 '노래하는 분수(Singing Fountain)'도 있습니다. 물이 떨어질 때 금속과 공명하며 독특한 울림을 내는데, 당시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기술력이 집약된 분수였습니다. 왕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산책을 하고 음악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왕실정원에는 여름궁전 외에도 공놀이 경기장(Ball Game Hall), 사자 우리(Lion Court), 온실 등 왕실 생활과 관련된 여러 시설이 함께 조성되었습니다. 단순히 꽃을 감상하는 정원이 아니라 왕실의 휴식과 오락, 식물 연구까지 이루어졌던 복합 공간이었던 것입니다.

 

현재 여름궁전은 왕족이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라 미술과 공예 전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왕실정원 역시 시민과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공원 역할을 하고 있어, 과거 왕과 귀족만 거닐던 길을 오늘날에는 누구나 걸을 수 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프라하 시내 풍경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프라하 성 남쪽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붉은 지붕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멀리 블타바강이 도시를 가르며 흐르고 있었습니다. 높은 빌딩 대신 수백 년 된 건물들이 도시를 채우고 있어 마치 거대한 역사책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벤치에 잠시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고 있었고,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프라하 성 안의 긴 줄과 북적임을 생각하면 믿기 어려울 만큼 평화로운 공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프라하성이 제대로된 프라하 성으로 보여서 비로소 프라하 성에 왔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어요.

여행을 하다 보면 유명한 명소만 찾아다니게 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공간에서 그 도시의 진짜 매력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무기고 창밖으로 우연히 보이는 풍경에 호기심이 생겨 올라왔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프라하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장소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창문 하나가 새로운 여행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냥 지나쳤다면 평생 몰랐을 풍경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 풍경을 따라 걸어가 보니 500년 전 왕이 사랑하는 왕비를 위해 만든 아름다운 정원과 궁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행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때로는 우연히 시선을 빼앗긴 풍경 하나가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되기도 합니다.

프라하 성을 방문한다면 황금소로와 성 비투스 대성당만 둘러보고 돌아가지 말고 왕실정원까지 꼭 걸어가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름다운 르네상스 건축과 고즈넉한 정원, 그리고 프라하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까지 모두 갖춘 이곳은 화려한 관광명소와는 또 다른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에서도 멀리만 바라보다 보면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움을 놓치기 쉽습니다. 때로는 창밖으로 우연히 들어온 풍경 하나를 따라가 보는 용기가 예상하지 못했던 최고의 순간을 선물해 주기도 합니다.

벨베데레 공원을 둘러본 뒤 다시 프라하 성으로 돌아오는 길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원과 프라하 성은 연결다리처럼 이어진 통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별도로 길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었습니다. 성 안을 둘러보다가 잠시 산책하듯 벨베데레 공원으로 이동할 수 있고, 다시 프라하 성으로 돌아와 여행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뛰어났습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프라하 성의 유명한 건물들만 둘러보고 발길을 돌리지만, 다리 하나만 건너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왕실정원이 펼쳐집니다. 북적이는 관광지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느끼고, 다시 역사 속 공간으로 돌아오는 동선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이곳만의 큰 매력이었습니다.

저 역시 황금소로 무기고 창문 밖으로 우연히 바라본 풍경 하나가 계기가 되어 벨베데레 공원까지 가게 되었는데, 그 짧은 연결다리 하나가 또 하나의 멋진 여행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계획에는 없던 장소였지만 오히려 프라하 성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을 만날 수 있었고, 시내를 내려다보며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여행은 유명한 목적지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이 이끄는 길을 한 번쯤 따라가 보는 데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 하나, 연결다리 하나가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서 있는 자리만 바라보면 새로운 세상이 보이지 않지만, 용기를 내어 다리 하나를 건너면 전혀 다른 풍경과 만나게 됩니다. 프라하 성과 벨베데레 공원을 이어 주는 그 짧은 다리는 단순히 두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가 아니라, 익숙함에서 새로운 경험으로 건너가는 여행의 설렘을 이어주는 다리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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