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여행 - 프라하 맛집? 아니요, 그냥 제가 먹은 것들 리얼 후기 (스타벅스 가격 실화?)

2026. 2. 17. 06:58세계여행/시니어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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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보고, 어디를 걸었는지도 물론 중요했지만, 그 도시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역시 여행의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프라하의 골목과 광장, 성당과 다리만큼이나 제 기억 속에 또렷이 남은 것은 그곳에서 맛본 음식들과 커피 한 잔의 온기였습니다. 이번에는 프라하에서 먹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보려 합니다.

여행 중에는 괜히 현지 음식만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걷다 보면 익숙한 간판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그렇게 반가웠던 곳 중 하나가 바로 KFC였습니다. 클래식 박스라는 세트메뉴를 시켰는데요. 17,000원 정도 나왔요. 동유럽 국가라고 저렴한 물가가 전혀 아니었어요. 한국보다 더 비싼거 아닌가 싶어요. 다만 익숙한 맛이라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있어 굳이 모르는 음식에 모험걸지 않아도 되고 배고플때 빨리 허기를 해결할 수 있어 좋긴 했어요.

 

 

프라하 시내를 걷다 보니 위치가 참 좋았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가는 동선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접근성이 좋았고, 잠시 쉬어 가기에도 부담이 없었습니다. 여행지에서 가장 곤란한 순간 중 하나가 화장실 문제인데, 이곳은 매장 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 무척 편리했습니다. 유럽은 공공 화장실이 유료인 경우도 많고, 카페나 식당을 이용해야만 화장실을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점에서 KFC는 여행자에게 참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치킨 맛은 한국에서 먹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바삭한 튀김옷과 짭조름한 맛이 익숙하게 다가왔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익숙한 맛을 먹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프라하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에서 프라이드치킨을 먹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글로벌 프랜차이즈 치킨을 먹는 모습이 조금은 아이러니했지만, 여행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잠시 쉬어가며 에너지를 충전했습니다.

 

 

며칠 뒤에는 프라하 시내의 한 한식당을 찾아가 김치찌개를 먹었습니다. 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느끼한 음식이 연달아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얼큰한 국물이 간절해지는데, 그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한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고추장과 마늘 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그 향만으로도 마음이 놓였습니다.

 

 

밥은 포슬포슬하고 기름기 좔좔 흐르는 것을 기대할 수 없었지만 김치찌개만 딸랑 나오지 않고 사이드 반찬으로 김치도 나오고 샐러드도 나와서 맛있게 먹었네요. 나이들어갈수록 여행때 한식만큼 속이 편한 음식이 없더라고요. 장기 여행에서는 잘 먹고 소화 잘 시킬 수 있는 음식이 최고에요. 굳이 입맛에도 맞지 않는 음식을 여행갔으니 현지 음식도 먹어보고.....라는 미명하에 위장을 혹사 시키다 보면 좋은 컨디션속에서 여행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수 도 있어서 낯선 음식에는 도전하지 않는 편이랍니다. 입맛에 맞는 음식 잘 먹고 건강하게 여행하자가 여행 모토입니다.

 

김치찌개는 보글보글 끓는 상태로 나왔습니다. 붉은 국물 위로 두부와 김치, 고기가 보였고, 숟가락으로 떠서 한입 먹으니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유럽 대부분의 한식당에서는 김치찌개를 시키면 밥과 찌개만 단출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은 간단한 반찬도 곁들여 나와 더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해외에서 먹는 김치찌개는 어쩐지 더 뜨겁고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그 한 그릇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잠시 한국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선물해 주는 존재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라하에서 먹었던 음식들 중에는 베트남 쌀국수도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체코 음식과 한식만 찾다 보니 살짝 다른 아시아 음식이 당기던 날이었는데, 그때 방문한 곳이 바로 K-REMEMBER였습니다.

매장은 비교적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였습니다. 한식 느낌이 나는 이름과는 달리 메뉴에는 베트남 쌀국수가 있었고,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커다란 그릇에 담겨 나온 쌀국수는 맑은 육수 위에 얇게 썬 고기와 숙주, 면이 넉넉히 들어 있었습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니 향신료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도 과하지 않아 부담이 없었습니다. 유럽 여행 중에는 빵과 고기 위주의 식사가 이어지다 보니 이런 국물 요리가 더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면도 퍼지지 않고 적당히 탄력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무난하면서도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프라하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고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체코라는 유럽 도시에서 한국 이름의 식당에 들어와 베트남 음식을 먹는 상황이 조금은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여행이란 결국 이런 다층적인 경험의 연속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화려하게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국물 한 그릇 덕분에 그날 하루가 한결 부드럽게 마무리되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인민박에서 만난 여행자와 커피 한잔 하기로 해서 2층에 자리한 커피숍을 찾아갔어요.

카페 내부는 조명이 은은했고, 원목 가구와 벽 장식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창가 자리에 앉으니 프라하의 돌바닥 골목이 보였고,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커피 잔에서 올라오는 향과 잔잔한 음악이 어우러져 여행의 한 장면을 완성해 주는 듯했습니다.

솔직히 분위기에 비해 가격이 꽤 나올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유럽의 감성 카페들은 대체로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계산서를 받아보니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 분위기와 자리값을 생각하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마시는 커피는 단순히 카페인 섭취가 아니라, 시간을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의 대화와 분위기까지 포함한 값이라고 여겨지니 아깝지 않았습니다.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둘이서 커피 마시고 7.6 유로이면 그리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프라하에서는 분위기 좋은 카페도 방문했습니다. 한인민박집에서 우연히 만난 분이 계셨는데, 미국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타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괜히 더 반갑고, 이야기도 술술 풀리지 않습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커피 한잔하자는 말이 나왔고, 그렇게 함께 카페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프라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장소, 바로 전망이 좋다고 소문난 Starbucks 지점이었습니다.

인터넷과 블로그를 보면 ‘세계 최고 전망의 스타벅스’라는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그래서 저도 기대를 안고 방문했습니다. 매장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위치에 있었고, 창가 쪽 자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간신히 자리를 잡고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분명히 프라하의 지붕과 성당,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보였습니다. 붉은 지붕들이 겹겹이 펼쳐진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라는 표현에는 솔직히 고개가 갸웃해졌습니다. 세상에는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카페가 얼마나 많습니까.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는 카페도 있고, 하와이의 바다를 내려다보는 카페도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곳의 전망이 특별히 압도적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누가 처음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표현이 반복되다 보니 마치 사실처럼 굳어진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독 이런 ‘세계 최고’, ‘인생 카페’ 같은 과장이 빠르게 퍼지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하면 될 일인데, 굳이 과장된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다른 프라하 지점보다 더 비쌌습니다. 같은 Starbucks 커피인데, 위치와 전망이라는 이유로 가격이 올라간 듯했습니다. 물론 관광지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막상 계산할 때는 살짝 씁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커피 맛은 다른 지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아메리카노의 맛, 늘 마시던 그 맛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앉아 프라하의 지붕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 경험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세계 최고’라는 말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습니다.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도 커진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프라하에서 먹은 음식들을 떠올려보면, 거창한 미슐랭 레스토랑이나 전통 체코 요리만이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KFC의 치킨, 한식당의 김치찌개, 분위기 좋은 카페의 커피, 그리고 전망 좋은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까지, 그렇게 다양한 순간들이 모여 제 여행을 완성했습니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먹느냐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문제가 아니라, 그 도시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와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프라하의 음식들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상황과 감정이 함께 얹혀 있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던 식사 시간들,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과의 대화, 그리고 과장된 수식어에 대한 작은 의문까지 모두 여행의 일부였습니다.

돌이켜보면, 프라하에서의 식사는 맛의 향연이라기보다는 감정의 기록에 가까웠습니다. 치킨을 먹으며 잠시 쉬어가던 오후, 김치찌개로 속을 달래던 저녁, 카페에서 나누던 진솔한 이야기, 그리고 스타벅스 창가에서 느꼈던 기대와 현실의 간극까지.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제 프라하 여행의 또 다른 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마 시간이 더 지나면 음식의 정확한 맛은 흐릿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공기, 함께했던 사람, 그리고 제 마음속의 생각들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이렇게 프라하에서 먹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그 도시를 다시 한번 천천히 걸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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