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최고의 산책길, 하루아침에 사막으로 변했다?" – 비바람이 만든 믿기 힘든 풍경"
2025. 4. 21. 07:02ㆍ세계여행/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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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서 아침 산책은 단순한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중에서도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Hilton Hawaiian Village)에서 시작해 와이키키 쇼어 빌딩(Waikiki Shore Building)까지 이어지는 해변 산책길은 하와이를 대표하는 산책 루트로 손꼽히며, 그 아름다움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이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고, 인생의 복잡한 고민들까지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준다.
나는 매일 이 길을 걸으며 하와이의 아침을 맞이한다. 햇살은 찬란하고, 파도 소리는 고요히 귀를 간지러우며, 야자수 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뺨을 스친다. 그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조깅을 하고, 요가를 하며, 바닷가에 의자를 두고 앉아 커피를 마신다. 가족 단위로 나온 이들도 많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사람도 눈에 띈다. 하와이의 아침은 이렇게 평화롭고, 조용하며, 그 자체로 완전하다. 하지만 오늘 아침은 조금 달랐다.
밤새 불어온 거센 비바람은 해변에 예상치 못한 풍경을 남겼다. 새벽부터 기척이 심상치 않았지만, 언제나처럼 산책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앞쪽 해변에서부터 걷기 시작한 나는 평소와는 다른 공기 속 긴장감을 곧 알아차렸다. 바람은 아직도 거세게 불고 있었고, 구름은 빠르게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보통 이 길의 시작점은 부드럽고 조용한 백사장이지만, 오늘은 사정이 달랐다. 바다에서 밀려온 파도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해변을 거세게 때렸고, 바람은 그것을 다시 육지로 몰아쳤다. 그렇게 몰려든 바닷모래는 산책길 곳곳을 덮어버렸다. 보도 블럭 위는 물론, 벤치 아래, 야자수 주변, 심지어 잔디 위까지 모래가 파고들었다.
산책길은 마치 사막처럼 변해 있었다. 모래는 고운 입자로, 밤새 바람과 함께 날아와 쌓여 있었고, 누군가의 발자국조차 남지 않은 그 길은 아름다움과 동시에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발밑에 느껴지는 모래의 질감은 낯설었지만, 그것조차 오늘만의 특별함처럼 느껴졌다.
보통이라면 길가의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곤 했지만, 오늘은 앉을 수 없었다. 벤치도 절반 이상이 모래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위에 앉는다면 옷이 젖고, 모래가 달라붙을 것이 분명했다. 대신 나는 벤치 옆에 서서, 거친 파도와 요동치는 야자수를 바라보며 오늘 아침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꼈다.
바다의 색도 평소와는 달랐다. 보통은 옥색과 코발트 블루가 어우러진 투명한 바다였지만, 오늘은 회색빛이 감돌았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하게 섞이며, 파도는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해안으로 몰려왔다. 그런 광경은 마치 자연의 위력을 느끼게 하는 거대한 그림 같았다. 격동의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 길을 걸었다.
산책 중 만난 한 노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모래 위를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은 무릎까지 모래에 빠지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길이 좀 다르네요."라는 인사에 그들은 "그래도 이것도 하와이니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런 태도에서 나는 이곳 사람들의 여유와 자연에 대한 존중을 느꼈다.
길 중간, 군사 박물관 뒤쪽 바비큐 장소 근처에서는 바람 때문에 쓰러진 의자와 널브러진 나뭇잎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밤새 거친 파티를 벌인 듯한 흔적이었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그 모습마저도 하와이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는 어느새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와이키키 쇼어 빌딩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곳은 건물과 나무들 덕분인지 상대적으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늘 아래 모래는 덜 쌓였고, 몇몇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 누군가는 모래를 털며 요가 매트를 펼치고 있었고, 또 다른 이들은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쇼어 빌딩 앞 바위에 걸터앉아 한참을 바다를 바라보았다. 거센 파도는 여전히 몰려왔고, 바람은 머리를 휘날렸지만, 그 순간만큼은 온 세상이 멈춘 듯 고요했다. 비록 평소의 단정하고 깔끔한 산책길은 아니었지만, 오늘의 풍경은 그보다 더 인상 깊고 깊은 감동을 주었다.
하와이의 아침은 언제나 변함없이 아름답지만, 때때로 이런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더욱 진한 인상을 남기곤 한다. 단순히 바람이 불고, 모래가 덮였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묵직한 이야기였다. 자연은 인간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변화에 적응하며, 때로는 그것을 즐기기도 하고, 또 기억 속에 남기기도 한다.
오늘 아침 산책길은 분명히 불편하고, 예상 밖이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특별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모래 한 알, 바람 한 줄기, 파도 한 방울까지도 온몸으로 느끼고 음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시 걷기 시작한 길 위에서 나는 모래 위에 새겨지는 내 발자국을 바라보았다. 비바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그 자국은 마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같았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 그리고 내일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이 자연 속에서 우리는 걷는다. 그렇게 이 길을, 하와이의 이 특별한 산책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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