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로마 여행, 첫날부터 뜻밖의 동행을 만났습니다

2026. 9. 23. 07:30ㆍ세계여행/시니어세계일주

로마에 도착했습니다.

뉴욕에서 시작해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이제 이탈리아 로마까지 왔습니다. 한국을 출발하기 전에 아시아나 마일리지 세계일주 항공권으로 큰 틀의 일정을 미리 정해 놓았기 때문에 오늘도 예정된 일정대로 새로운 도시 하나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로마에 도착하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결국 한식당부터 찾아갔습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며칠 동안 한식을 먹지 못했을 때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같은 음식이 생각납니다. 현지 음식도 물론 맛있지만 여행을 오래 하다 보면 따뜻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먹는 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로마에 도착한 첫날 저녁부터 한식당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이날 저녁은 음식보다도 뜻밖의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는데 누군가 저를 보더니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인사를 하는 모습이 정말 싹싹합니다.

한두 번 인사하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만난 것처럼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길래 저도 순간 '어디서 본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는 얼굴이 아닙니다.

저도 여행을 오래 다니다 보니 유럽의 한인민박이나 한식당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기도 하지만, 이렇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아주 자연스럽고 싹싹하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흔하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정말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성격이 원래 그런 모양입니다.

이탈리아 여행을 아버지와 단둘이 왔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함께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말을 걸고 인사를 하는 붙임성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여행 중에도 금방 분위기가 편해집니다.

저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혼자 오셨어요?"

이렇게 물어보길래 혼자 여행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자기는 아버지와 둘이서 이탈리아 여행을 왔고, 오늘 저녁을 먹고 나면 로마 야경을 보러 나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뜻밖의 제안을 합니다.

"저녁 드시고 저희랑 같이 야경 보러 가실래요?"

 

 

순간 조금 망설였습니다.

사실 로마에 도착한 첫날이고, 숙소에 들어가서 쉬려고 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생각보다 피곤합니다. 짐을 풀고 씻은 뒤 쉬는 것이 보통 여행 일정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런 제안을 받고 보니 '로마에 첫날 왔는데 야경을 그냥 지나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여행에서는 이런 우연한 만남이 재미있습니다.

미리 계획해 놓은 일정은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사람과 함께 걷게 되는 일은 다시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세 사람이 로마의 거리로 나섰습니다.

낮에 보던 로마와 밤의 로마는 전혀 다른 도시처럼 느껴졌습니다.

낮에는 관광객들로 붐비던 거리와 건물들이 밤이 되면서 조명을 받기 시작합니다.

오래된 건물의 벽과 석조 건축물에 불빛이 비치고, 광장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거리의 식당에서는 사람들이 늦은 저녁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 내가 정말 로마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로마는 제가 오래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도시입니다.

예전에 유럽을 여행할 때는 유명한 작품이 있는 성당이라면 찾아다니면서 그림이나 조각을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찾아가고, 유명한 성당이 있으면 일부러 돌아서라도 들어가 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예전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빡빡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유명한 곳을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서두르기보다는 그냥 천천히 걸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로마에 도착한 첫날부터 뜻밖의 사람을 만나 야경을 함께 걷게 되었습니다.

혼자 여행을 하고 있지만 꼭 혼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의 좋은 점은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누구의 일정에 맞출 필요도 없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 됩니다.

반대로 혼자 여행하다 보면 가끔 이렇게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더 반갑기도 합니다.

특히 여행 중 만난 사람은 평소보다 훨씬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를 여행하는지, 앞으로 어디를 갈 것인지 이야기하다 보면 금방 몇십 분이 지나갑니다.

 

 

이날 만난 분도 그랬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버지도 상당히 붙임성이 좋은 분이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처음 만난 저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함께 야경을 보러 가자고 제안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은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해외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여행이라는 공간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도 쉽게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만남이 때로는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이날 우리가 어디를 어떻게 돌아다녔는지도 물론 기억에 남지만, 무엇보다 '로마에 도착한 첫날 한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함께 야경을 보러 나갔다'는 사실이 특별합니다.

로마의 유명 관광지를 보기 위해 미리 계획했던 일정도 아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놓은 맛집이나 여행코스를 따라간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한식이 먹고 싶어서 한식당에 갔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먼저 반갑게 인사를 했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야경을 보러 가게 된 것입니다.

여행의 재미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도 여행이지만,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는 것도 여행입니다.

오히려 지나고 보면 계획했던 관광지보다 우연히 만난 사람과 우연히 걷게 된 길이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로마의 밤거리를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주변 풍경도 바라보았습니다.

낮에는 수많은 관광객들 때문에 조금 정신없어 보이던 로마의 모습이 밤이 되니 한결 여유롭게 느껴졌습니다.

오래된 건축물에 조명이 비치고, 골목마다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 기분이 납니다.

특히 로마는 오래된 도시라서 그런지 밤에 걸을 때 더욱 특별한 느낌이 있습니다.

현대적인 도시처럼 반듯하게 정리된 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 작은 광장이 이어집니다.

 

 

그 사이로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식당과 카페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불빛이 새어 나옵니다.

로마에 도착한 첫날부터 이렇게 야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 쉬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이날 만난 사람도, 함께 걸었던 로마의 밤거리도 경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행에서는 가끔 계획을 조금 내려놓는 것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세계일주 여행을 하면서 저는 예전보다 훨씬 느긋하게 여행하려고 합니다.

 

유명한 곳을 빠짐없이 체크하는 여행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걷고 싶은 만큼 걷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잠시 멈추는 여행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오늘처럼 계획하지 않았던 사람을 만나 계획하지 않았던 길을 걸어보기도 하고요.

로마에 도착한 첫날.

한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싹싹한 청년과 그의 아버지 덕분에 저는 혼자 여행을 왔지만 혼자가 아닌 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로마의 첫날 밤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좋은 풍경을 만나는 것도 즐겁지만 좋은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것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이번 로마 여행을 나중에 돌아보게 된다면 이날 밤도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로마에 도착해서 한식당부터 갔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로마의 야경을 보러 갔다.'

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것이 바로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뜻밖의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로마를 걸어볼 차례입니다.

이번에는 유명한 작품이 있는 성당도 찾아보고, 오래된 유적도 만나보고, 로마의 골목길도 천천히 걸어보려고 합니다.

로마에서 또 어떤 사람과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굳이 모든 것을 미리 정해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처럼 뜻밖의 만남이 또 다른 여행을 만들어줄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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