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여행 ㅡ 이 조각상 이름 몰라서 못 찾았는데, 드디어 찾았습니다

2026. 2. 20. 15:06세계여행/시니어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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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시내를 천천히 걸어 다니다 보면, ‘이 도시는 왜 이렇게 걷는 재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합니다. 돌이 깔린 골목길 위를 또각또각 걸으며 고개를 들면, 마치 동화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거리 음악이 섞여 흘러나옵니다. 저 역시 이번 여행에서 특별한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시내를 돌아다녔는데, 그날의 우연한 만남 하나가 여행의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시내 중심부를 걷다가, 갑자기 사람들 몇몇이 한 방향을 바라보며 휴대폰을 들고 서 있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저게 뭐지?’ 하는 궁금증에 저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눈앞에서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거대한 사람 얼굴 형상의 조각상이 여러 층으로 나뉘어 좌르르르 돌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반짝이는 금속 조형물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 조각은 40여 개의 층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었습니다. 위아래가 따로, 또 좌우가 따로 움직이며 얼굴의 형상이 계속해서 흐트러졌다가, 다시 어느 순간 정확하게 맞물리며 하나의 얼굴로 완성되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마치 퍼즐이 스스로 맞춰졌다가 다시 흩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작품은 체코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가인 David Černý의 작품으로, 체코를 대표하는 작가 Franz Kafka의 얼굴을 형상화한 키네틱 조각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작품 이름도 ‘카프카의 머리’라고 불립니다. 프라하가 낳은 세계적인 작가의 복잡하고도 내면적인 세계를, 이렇게 분절되고 회전하는 금속 구조로 표현했다는 점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블로그 사진으로는 여러 번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름을 몰랐기 때문에 검색도 쉽지 않았고, ‘언젠가 보면 좋겠다’ 하고 막연히 생각만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 없이 걷다가 우연히 딱 마주쳤으니, 그 순간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다가 우연히 진짜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조각상은 쇼핑센터 앞 광장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주변 건물들도 유리와 석조가 어우러진 세련된 분위기라 현대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 한가운데에서 반짝이는 은빛 얼굴이 햇빛을 받아 번쩍이며 회전하고 있으니, 고풍스러운 프라하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프라하가 단지 중세의 도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풍경이었습니다.

 

조각상이 천천히 회전을 멈추고 하나의 얼굴로 정확히 맞춰지는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각 층이 따로 움직이며 형상이 흐트러질 때는, 마치 인간의 생각과 정체성이 끊임없이 변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카프카의 작품 세계가 떠오르는 듯한 장면이었습니다. 복잡하고, 때로는 혼란스럽고, 그러나 그 안에 분명한 하나의 중심이 있는 모습 말입니다.

 

그곳에서 한참을 서서 사진도 찍고, 영상도 촬영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회전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고, 금속 표면에 비친 제 모습과 주변 풍경까지 함께 담기니 더욱 특별한 사진이 되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이렇게 우연히 예술 작품과 마주치는 순간은 참 소중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라하 시내를 그렇게 천천히 걸어 다니며 하루를 보낸 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동안 내가 본 것들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던 건물 외벽, 거리의 음악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고 없이 마주쳤던 회전하는 얼굴 조각상의 장면까지 모두가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이 늘 거창한 명소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이름난 성당이나 광장도 물론 좋았지만,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장면 하나가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특히 그 조각상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의 놀라움과 반가움은, 사진으로만 보던 장면을 실제로 만났을 때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프라하는 참 묘한 도시입니다. 중세의 분위기를 간직한 채 시간을 멈춘 듯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대적인 감각과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서 첨단 기술로 움직이는 조각상을 보고 있자니,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건물 하나하나의 색감과 골목길의 질감, 사람들의 표정까지 모두 다르게 담겨 있었습니다. 같은 도시를 걷고 있어도 매 순간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곳, 그래서 자꾸만 카메라를 들게 되는 곳이 바로 프라하가 아닐까 싶습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아, 이 장면은 꼭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돌아보면 그날은 특별한 계획도, 대단한 일정도 없었습니다. 그저 시내를 걷고 또 걸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해진 동선이 아니라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며 도시의 숨결을 느꼈던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의 끝에서 남는 것은 결국 기억과 감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라하의 하늘빛, 건물의 색감, 거리의 소리,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예술 작품까지.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장면처럼 제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그날의 풍경은 문득문득 떠오르며 저를 미소 짓게 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다시 프라하를 찾게 된다면, 또 다른 우연을 만나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느꼈던 설렘과 발견의 순간은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합니다. 프라하는 그렇게, 천천히 걸을수록 더 깊이 스며드는 도시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도시를 걸으며, 또 하나의 따뜻한 추억을 마음에 담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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