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여행 ㅡ 프라하 한식당 솔직 후기, 김치찌개가 의외로 찐이었어요

2026. 2. 12. 16:51세계여행/시니어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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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시내를 여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한 음식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낯선 풍경과 새로운 음식들을 경험하는 것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지만, 며칠쯤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얼큰한 국물과 따뜻한 밥 한 공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게 됩니다. 저 역시 그런 순간을 맞이하게 되어, 프라하 시내에 있는 한식당을 찾아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한식당을 종종 방문해 본 경험이 있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김치찌개는 늘 살짝 아쉬운 메뉴 중 하나였습니다. 대부분의 한식당에서는 김치찌개를 주문하면 밥 한 공기와 찌개 한 그릇이 전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찬이 함께 나오더라도 아주 소량이거나, 현지식으로 변형된 경우가 많아서 “한국에서 먹던 그 느낌”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따뜻한 국물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는 아담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였습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너무 좁지 않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구조였고, 벽에는 한국적인 요소를 살짝 가미한 장식들이 보였습니다. 한글이 적힌 소품이나 작은 장식들이 눈에 들어오니, 멀리 타지에서 한국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들어 괜히 마음이 놓였습니다. 여행 중 이런 공간을 만나면, 마치 잠시 한국으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어 묘한 안정감이 생깁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보니, 다양한 한식 메뉴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불고기, 비빔밥, 제육볶음 등 익숙한 이름들이 보였지만, 그날 제 마음속 1순위는 단연 김치찌개였습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김치찌개를 주문했고, 함께 나온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여행 중에는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하나의 추억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방문한 곳의 이름은 “호사로와”라는 한식당이었습니다.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조금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국식 이름 같으면서도 어딘가 외국어 느낌이 섞여 있는 듯한 인상이었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프라하 시내 골목을 걷다가 이 식당 간판을 발견했을 때, 반가움과 함께 약간의 호기심도 생겼습니다. 과연 이곳에서는 어떤 한식을 맛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프라하 여행 중 체코 음식도 물론 훌륭했지만, 이렇게 중간에 한 번씩 한식을 먹어주는 시간이 여행의 리듬을 다시 맞춰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김치찌개처럼 한국인의 일상과 가까운 음식은,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작은 휴식처럼 느껴졌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잠시 익숙함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여행을 이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잠시 후, 드디어 김치찌개가 테이블 위에 놓였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저는 살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찌개의 비주얼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김치찌개와 함께 밥 한 공기만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 옆에 작은 접시 하나가 더 놓였기 때문입니다. 자세히 보니 신선한 야채 샐러드가 담겨 있었고, 또 다른 작은 접시에는 김치가 반찬으로 함께 나왔습니다.

유럽의 한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주문했을 때 이렇게 반찬이 함께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았기 때문에, 그 모습만으로도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히 김치가 따로 반찬으로 나온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치찌개 속에도 김치가 들어가 있는데, 반찬으로 김치까지 내어준다는 것은 어쩐지 “제대로 한식 한 상을 차려주고 싶다”는 느낌처럼 다가왔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수저를 내려놓고, 테이블 위 모습을 여러 장 담아 보았습니다. 김치찌개의 붉은 국물, 하얀 밥, 초록빛이 도는 샐러드, 그리고 반찬 김치까지 색감이 어우러져 보기에도 꽤 먹음직스러웠습니다. 여행 중 찍은 수많은 사진들 사이에서, 이 한식 한 상 사진은 또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김치찌개를 맛볼 차례였습니다. 먼저 국물을 한 숟갈 떠서 조심스럽게 맛보았습니다. 그 순간, 생각보다 훨씬 익숙한 맛이 입안에 퍼졌습니다. 과하게 달지도 않았고, 현지식으로 변형된 향신료 맛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익은 김치에서 나오는 깊은 맛과, 고기에서 우러난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순간 “어, 이거 진짜 한국에서 먹던 맛이랑 꽤 비슷한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김치도 너무 흐물거리지 않고 적당히 식감이 살아 있었고, 두부와 고기도 넉넉히 들어 있어 내용물도 충실했습니다. 밥을 한 숟갈 떠서 찌개 국물에 살짝 적셔 먹으니, 여행 중 쌓였던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역시 한국 사람에게는 익숙한 한 끼가 주는 위로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함께 나온 샐러드는 상큼하게 입안을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자칫하면 찌개만 먹으며 조금 무겁게 느껴질 수 있었는데, 중간중간 샐러드를 곁들이니 식사가 훨씬 균형 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의외로 꽤 괜찮았습니다. 너무 시거나 과하게 달지 않고, 밥과 함께 먹기 좋은 맛이었습니다. 이 작은 반찬 하나가 식사의 만족도를 크게 올려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유럽 여러 도시에서 한식을 먹으며 “그래도 현지에서 이 정도면 괜찮지” 하고 스스로 타협해 온 적이 많았는데, 이곳에서는 굳이 타협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흉내만 낸 한식이 아니라, 한국에서 먹는 김치찌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식당 이름인 “호사로와”도 다시 한번 떠올려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고 특이하다고 느꼈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오히려 그 이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한식당들 중에서도, “아, 거기 김치찌개 맛있었던 곳”이라고 떠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가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정리하며 그날의 식사를 다시 떠올려 보니, 테이블 위에 놓였던 김치찌개 한 그릇이 단순한 음식 이상으로 느껴졌습니다. 여행 중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달래 주었던 따뜻한 한 끼,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한국의 맛을 꽤 충실히 지켜내고 있던 한 식당의 정성이 함께 담긴 시간이었습니다.

프라하에서 한식이 그리워지는 날이 온다면, 저는 이 “호사로와”라는 이름의 한식당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거창하고 화려한 식당은 아니었지만, 김치찌개 한 그릇에 담긴 익숙한 맛 덕분에 오래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여행지에서의 한 끼가 이렇게까지 마음에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으로 깊이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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