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여행 ㅡ 프라하 쌀국수 맛집 K-Remember
2026. 2. 9. 07:25ㆍ세계여행/시니어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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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 머무는 동안 이상하게도 계속 쌀국수가 생각나던 날이 있었습니다. 유럽 한가운데에 와 있으면서도 입맛은 동남아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조금은 우스웠지만, 여행이 길어질수록 익숙한 국물 맛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일부러 프라하 한인들 사이에서 쌀국수 맛집으로 알려졌다는 식당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K-Remember 입니다.

구시가지의 돌바닥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붉은 지붕과 파스텔톤 건물들 사이로 작은 상점들과 카페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대로를 조금 벗어나자 분위기가 한결 느긋해졌고, 그 틈에 현지인들이 오가는 생활의 풍경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누마루’라는 한식당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글 간판을 보는 순간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김치찌개나 제육볶음 같은 메뉴가 떠오르며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은 진한 소고기 육수 향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그 유혹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습니다.

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조용했습니다. 관광지 특유의 화려함 대신, 생활감 있는 건물들과 작은 식료품점, 그리고 아시아 식재료를 파는 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간판에 K가 들어가 있어 주인이 한국인인건가? 싶었는데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식당을 발견했을 때는 괜히 반가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아, 여기가 맞구나’ 하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크지 않은 식당이었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테이블과 주방의 분주한 움직임에서 이미 맛집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따뜻한 국물 향이 먼저 코끝을 감쌌습니다. 내부는 소박했지만 깔끔했고, 벽에는 베트남 풍경 사진과 작은 장식들이 걸려 있어 현지 분위기를 살짝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미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 대부분이 아시아인이었고, 한국어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아, 정말 한인들 사이에 알려진 곳이 맞구나’ 싶어 괜히 신뢰가 더해졌습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습니다. 소고기 쌀국수, 닭고기 쌀국수, 해산물 쌀국수 등 다양한 종류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기본인 소고기 쌀국수를 선택했습니다. 여행 중에는 괜히 모험을 하기보다, 가장 정석적인 맛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주문을 하면서 망설이다가 면 추가도 함께 부탁드렸습니다. 배가 아주 고팠던 건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된 쌀국수를 먹는다는 생각에 욕심이 났던 것 같습니다.

잠시 후, 커다란 그릇에 담긴 쌀국수가 나왔습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고, 맑지만 깊어 보이는 육수 위로 얇게 썬 소고기와 파, 고수, 양파가 보기 좋게 올려져 있었습니다. 옆에는 숙주와 라임, 고추, 소스들이 따로 나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이미 절반은 만족한 기분이었습니다.
먼저 국물부터 한 숟갈 떠먹어 보았습니다.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입안에 퍼졌고, 특유의 향신료 향이 과하지 않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유럽 음식들 사이에서 지내다 보니 이런 맑은 국물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딱 적당한 간이어서 계속 손이 가는 맛이었습니다. ‘아, 이래서 다들 추천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고추도 썰어다 주어 매운맛을 더할 수 있었어요.

면을 한 젓가락 집어 올리니 면발이 부드럽게 따라 올라왔습니다. 면 추가를 해서 그런지 양도 꽤 넉넉했습니다. 숙주를 듬뿍 넣고, 라임을 살짝 짜 넣은 뒤 다시 한 입 먹어보니 맛이 한층 더 살아났습니다. 고수 향도 부담스럽지 않아 국물과 잘 어울렸습니다. 얇은 소고기는 국물 열기에 살짝 익어 부드러웠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도 있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다들 말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릇에 집중하며 묵묵히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각자 다른 이유로 이곳을 찾았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두 같은 국물 맛에 위로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행지에서 한식을 먹으면 잠시 한국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지만, 이날의 쌀국수는 또 다른 의미의 위로였습니다. 완전히 익숙한 맛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낯설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딘가의 맛이 오히려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프라하의 중세 건물들 사이에서 베트남 국수를 먹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 도시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 같기도 했습니다.
면 추가를 했던 선택은 아주 탁월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면을 보며 괜히 흐뭇해졌고, 국물까지 거의 다 비워갈 즈음에는 몸속까지 따뜻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한 숟갈까지 놓치고 싶지 않아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식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아까 스쳐 지나갔던 한식당 누마루도 물론 반가운 존재였지만, 그날만큼은 이 베트남 쌀국수 한 그릇이 더 절실했던 것 같습니다. 여행 중에는 이렇게 그날그날의 입맛과 기분을 솔직하게 따라가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 추가한 가격은 59코루나 총 합계 268코루나로 한국돈 19,000원 정도 였어요.

프라하에서의 화려한 관광지나 유명한 체코 음식도 물론 좋았지만, 이렇게 소박한 한 끼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돌길을 걸으며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숙소로 돌아오는 길, 입안에 은은하게 남아 있던 향신료 향과 따뜻한 국물의 여운이 그날 하루를 유난히 포근하게 마무리해 주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프라하를 찾게 된다면, 아마도 저는 또다시 이 쌀국수집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여행자의 마음을 다정하게 달래주던 한 그릇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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