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의외로 여기였습니다

2026. 9. 28. 06:57ㆍ세계여행/시니어세계일주

로마에 다시 왔습니다.

이번이 처음 로마 여행은 아닙니다. 예전에 왔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부지런하게 돌아다녔습니다. 유명하다는 성당이 있으면 찾아갔고, 어느 성당에 유명한 그림이나 조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일부러 그곳까지 찾아가 작품을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이번 로마 여행은 조금 다르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꼭 봐야 할 곳을 빠짐없이 봐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았습니다. 로마에 왔으니 콜로세움도 보고, 판테온도 보고, 트레비 분수도 보고, 나보나 광장도 가겠지만 시간을 촘촘하게 정해놓고 움직이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그냥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 보고, 조금 피곤하면 카페에 앉아 쉬고, 또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있으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녀 보니 오히려 로마라는 도시가 더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로마는 정말 이상한 도시입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지 않아도 조금만 걸으면 역사적인 건축물이 나오고, 골목을 돌아서면 오래된 성당이 나오고, 또 조금 걸으면 광장이 나타납니다.

 

로마시 관광 안내에서도 콜로세움, 판테온, 포로 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 트레비 분수, 나보나 광장을 로마의 대표적인 방문 명소로 꼽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로마를 걸어보면 이 다섯 곳만으로는 로마를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특히 판테온이 좋았습니다.

로마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축물을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판테온을 고를 것 같습니다.

판테온 앞에 서 있으면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천 년 전에 만들어진 건축물이 지금도 로마 한가운데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안으로 들어가 거대한 돔과 가운데 뚫려 있는 오쿨루스를 바라보고 있으면 ‘도대체 2천 년 전에 어떻게 이런 건물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사진으로 볼 때와 직접 보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사진에서는 건물의 크기와 공간감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습니다. 직접 그 앞에 서야 비로소 이 건물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판테온 앞에서 하루 종일 건물만 바라보다가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실제로 그렇게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한참 동안 건물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판테온을 나와 나보나 광장 쪽으로 걸었습니다.

나보나 광장은 로마를 대표하는 광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거대한 광장을 걷다 보면 로마가 단순히 고대 유적만 남아 있는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고대 로마의 유적과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건축물, 성당과 분수, 지금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가 한꺼번에 섞여 있습니다.

이런 풍경이 로마를 다른 유럽 도시와 다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로마를 걷다 보면 성당이 정말 많다는 것도 다시 느끼게 됩니다.

한 블록마다 하나씩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성당 하나하나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겉에서 볼 때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성당에 그냥 들어가 봤는데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장에는 그림이 있고 벽에는 거대한 회화가 걸려 있고 제단에는 조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성당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성당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어떤 그림이 성경의 어느 장면을 표현한 것인지, 조각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건축물의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냥 봅니다.

아름다우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규모가 크면 크다고 감탄하고, 천장에 그림이 가득하면 한참 올려다봅니다.

 

예전에는 이런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내가 종교적인 배경이나 미술사를 조금 더 알았다면 이 작품을 훨씬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굳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보고 나중에 궁금하면 찾아보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아무런 선입견 없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로마의 성당을 걷다 보면 그런 생각이 계속 듭니다.

도대체 이 시대에 이 나라에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엄청난 건축물과 예술 작품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일까.

아마 수많은 예술가들이 평생 그림과 조각과 건축에 매달릴 수 있도록 후원했던 사람들과 종교적·정치적 권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결과물이 수백 년, 어떤 것은 천 년 이상을 견뎌 지금 우리 눈앞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로마의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보기 위해 꼭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걸으면 됩니다.

이번 로마 여행에서 제가 가장 많이 한 일이 바로 걷는 것이었습니다.

판테온을 보고 나보나 광장으로 가고, 광장에서 또 골목길로 들어가고, 성당이 보이면 들어가 보고, 다시 나와 걷습니다.

그러다 유명한 분수가 나오면 잠시 멈춥니다.

로마의 분수는 또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특히 트레비 분수는 로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현재의 트레비 분수는 18세기에 니콜라 살비의 설계로 만들어졌으며 로마 관광청도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분수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트레비 분수에 가면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습니다.

지금은 관광객이 워낙 많아졌고 2026년부터는 분수의 가장 가까운 구역에 들어가기 위해 비거주 관광객에게 2유로의 요금이 부과되고 있습니다. 다만 분수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까지 유료가 된 것은 아닙니다.

 

이런 변화까지 직접 보게 되는 것도 여러 번 로마를 여행하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콜로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로마에 왔을 때는 콜로세움을 보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 주변을 천천히 걸으면서 건물을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했을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포로 로마노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돌무더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곳이 한때 고대 로마의 정치와 종교생활의 중심이었다고 생각하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여행이란 결국 내가 얼마나 많이 봤느냐보다 무엇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느냐가 더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여행을 해보고 있습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빠짐없이 체크하는 여행이 아니라, 로마라는 도시를 천천히 걸어보는 여행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진도 자연스럽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유명한 작품이나 건축물의 모습을 정확하게 찍으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그냥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을 찍습니다.

광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 오래된 건물 사이로 보이는 하늘, 골목길의 작은 성당, 분수 주변을 걷는 관광객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마주친 건축물들입니다.

사진 열 장을 골라놓고 보니 그 사진들만으로도 이번 로마 여행의 분위기가 조금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로마는 유명한 관광지를 보기 위해 오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아무 목적 없이 걸어도 좋은 도시인 것 같습니다.

콜로세움을 보고 판테온을 보고 트레비 분수를 보고 나보나 광장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의 골목길을 걷는 것도 좋습니다.

유명한 성당이 아니어도 한번 들어가 보고, 작은 광장이 나오면 잠시 앉아보고, 마음에 드는 카페가 있으면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번 로마 여행에서 제가 얻은 것은 ‘로마에서 무엇을 더 봤다’는 기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로마를 조금 천천히 보았다’는 기억에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곳을 볼 것인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한 장소에서 얼마나 오래 바라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특히 판테온 앞에서는 그 생각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2천 년을 살아남은 건축물을 보고 있는데 내가 몇 시간 더 머문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천천히 보고, 또 보고, 다시 바라보면 됩니다.

 

로마는 서두르지 않아도 볼 것이 넘쳐나는 도시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로마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는 여행도 좋지만, 다음에 로마에 다시 온다면 이번보다 더 느리게 걸어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고 그냥 길을 나서서 마음에 드는 골목으로 들어가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문이 열려 있는 성당이 보이면 다시 한번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무엇이 있는지는 몰라도 괜찮습니다.

어쩌면 로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미리 계획했던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우연히 만난 어느 작은 성당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게 걷다 보면 또 어느 순간 판테온 같은 건축물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또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도대체 2천 년 전에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었을까.’

그것이 제가 이번 로마에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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